"`타리크 알알프 밀 야브다으 비 카트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뜻이에요. 아랍엔 한국속담과 딱 맞는 말이 상당히 많아요. 도덕성이나 세계관이 비슷하단 뜻이죠."

다문화가족 음악방송의 아랍어 DJ를 맡고 있는 모하메드 마루하 씨(23)는 아랍과 한국어 속담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터넷으로 방송돼 아랍 현지에서도 청취자가 많아 한국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송은 아랍어를 비롯해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태국어 등 8개 국어로 이뤄진다. 웅진재단과 디지털라디오 `키스`를 통해 이뤄지는 다문화방송 DJ들을 최근 마포구 라디오 방송국서 만났다.

이들은 서로 다른 외모만큼이나 다양한 계기로 라디오 DJ를 맡게 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류팬이던 마루하 씨는 이집트 카이로의 아인샴스대학교에 처음으로 한국어과가 개설된다는 소식에 바로 지원해 1기 졸업생이 됐다. 2008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방송국에서 직접 DJ로 섭외해 왔다. 처음엔 낯선 한국문화에 향수병이 심했던 외국인 며느리들이 자국어로 된 방송을 통해 점점 한국문화를 알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마루하 씨지만 그녀에게도 힘든 때가 있다.

그녀는 "한국사람들은 히잡을 쓴 아랍인들을 무섭게 쳐다보는데 선입견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웃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는 아랍과 차이가 없고 지리상으론 멀어도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DJ들도 결국 사람이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데 한국에 처음 온 며느리들은 낯설게만 느끼고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광고홍보학과에 다니며 이주노동자 신문에 칼럼을 쓰면서 DJ로 발탁된 아키자 레지나 마리아 씨(26)는 필리핀 방송을 담당한다. 그녀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알려 오해를 많이 줄이려고 한다"면서 "미리 알면 이해가 쉽다"고 말했다.

한국에 봉사활동을 왔다가 정착한 몽골인 바트바타르 간덜거르 씨(24)는 코끝이 찡해지는 사연을 읽을 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엄마한테 쓰는 편지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일부러 음악을 크게 틀어 목소리를 감춰요"라고 말했다.

다문화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타향살이를 하면서 속앓이를 많이 하고 있을 외국인 며느리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베트남어 방송을 진행하는 황밍옥 씨(26)는 "한국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아직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느 나라 사람인지 보지 말고 어떤 사람인지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화 기자 / 이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