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로구 낙원동 일대에 조성된 '다문화거리'. 거리 조성을 축하하는 깃발이 나부끼고 있지만 정작 다문화에 걸맞는 아이템이 없어 '다문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 배문희 기자
서민들이 주로 오가는 거리인 종로구 낙원동 일대가 최근 '다문화거리'로 새롭게 조성됐다. 서울시는 이곳을 세계 각국의 먹거리를 판매하는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거리에 있는 노점들 대부분은 떡볶이 등 일반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어 '다문화거리'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점포와 노점이 좁은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어 점포상인과 노점상인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다문화거리. 다문화거리 조성을 축하하는 깃발이 거리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차도의 양쪽 인도엔 노점 100여 개가 점포와 마주보며 빼곡히 들어서 있다. 노점들은 가로 1미터 80cm, 세로 2미터, 높이 2미터 가량으로 디자인과 규격을 통일했다. 노점상들은 실명 등록을 하고 1년에 80만원 가량의 도로 점용료를 내는 대신 단속의 불안에서 해방됐다.
울퉁불퉁했던 도로가 깨끗하게 정비되고 인도의 폭이 넓어져 걷기에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리에 들어선 노점 대부분이 떡볶이, 도넛, 생과일쥬스 등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가 대부분이어서 다문화 먹거리 거리를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거리가 정비되고 노점이 정돈돼 보기에 좋아졌지만 인도에 점포와 노점이 마주보고 붙어 있어 점포상인과 노점상인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배문희 기자
이곳에서 떡볶이를 파는 노점상 김모(50대,여) 씨는 "서울시에서 배트남, 필리핀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친다 해서 교육비를 내고 교육을 받았으나 만들기도 어렵고 우리 실정에도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노점상 이모 씨는 "갑자기 장소를 옮겨 장사를 하게 돼서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점포상인들은 가게 바로 앞에 노점상이 줄지어 서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한 호프집은 유리창에 '이것이 다문화냐', '영세상인과 노점상인 쌈 붙여 놓고 구경하는 서울시, 종로구' 등의 항의글을 써붙이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점포상인과 노점상인 사이에 욕설이 오가는 일까지 생길 정도라고.
한 점포 앞 유리창에 서울시의 다문화거리 조성사업에 대한 항의글이 붙어있다. ⓒ 배문희 기자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게 바로 앞에 노점상이 줄지어 있으니 시야가 답답하고 음식 냄새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며 "아예 음식을 갖고 가게 안에 들어와 안주처럼 먹는 손님도 늘어나 장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리가 깨끗해지고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좋다는 시민들의 의견도 있었다. 남자친구와 나들이를 나온 이수정(22) 씨는 "예전보다 거리가 깨끗해지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먹거리도 즐길 수 있어 좋아진 것 같다"며 "노점들도 한 곳에 모여 있으니 보기 좋고 훨씬 위생적이고 깔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