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건립..4호점까지 확대

지어주지만 운영은 전문 민간단체에 위탁

<※편집자주 = 국내 거주 외국인 120만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다문화 사회 정착을 위해 각종 지원 활동을 펼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우리 사회에서 한 축을 형성해가는 결혼 이민 여성과 그 자녀, 외국인 노동자 등 다문화인들이 한국 속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사회통합에 이바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족센터는 활발한 다문화 지원 사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모범적 기업 6곳을 선정해 매주 일요일 소개한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이것은 양의 복사뼈로 만든 것인데요, 볼록한 부분을 위로 세우면 양이고, 뒤집으면 염소가 됩니다."

지난 1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자리 잡은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에서 몽골 출신 결혼이민 여성 앙하토야(34)씨가 다문화 가정과 일반 가정 아이들에게 몽골의 전통놀이인 '샤가이'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은 이 도서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엄마 나라 동화'가 진행되는 날로, 다문화 가정 어머니가 자국의 동화를 읽어주고 전통놀이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문화가 모두 모인다'는 뜻의 이곳은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도서관으로 지난 2008년 9월 설립됐다.

다문화 도서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네팔, 몽골, 러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이란,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과 국내 도서 1만7천여 권이 비치된 이곳은 이제 다문화 가정과 한국 가정의 부모와 자식들이 한데 어울리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다문화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게 된 것은 긴 호흡으로 진행된 STX그룹의 후원이 밑바탕이 됐다. STX가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STX와 함께하는 다문화 어린이도서관'을 추진하는데 이곳이 바로 1호점이다.

조선과 해운, 에너지가 주축인 STX그룹은 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사회공헌 사업을 고민하던 중 '다문화'란 화두에 주목하게 됐다.

국제결혼가정과 이주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사회에서 다문화가 이슈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사인 STX유럽(舊 아커야즈)과 중국 다롄 조선소 등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해서다.

STX그룹은 이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정기탁사업으로 사업자 공모, 선정, 개관에 이르기까지 모금회와 협의해 2년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1호점을 열었다.

이어 1년 뒤인 지난해 9월 경상남도 창원시에 2호점을, 올해 4월 부산시에 3호점, 7월엔 경상북도 구미시에 4호점을 개설했다. 오는 10월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한 경기도 안산시에 5호점을 낼 예정이다.

STX그룹은 이들 도서관의 건립비뿐 아니라 도서관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운영비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세계 각국 도서를 STX의 해외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구입, 각 도서관에 1천 권씩을 기부하기도 했다.

STX그룹은 다문화도서관에 물질적으로 지원하지만 운영은 철저히 사업자 단체에 맡기고 있다. 서울 1호점은 푸른시민연대가, 창원 2호점은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부산 3호점은 부산동삼복지관, 구미 4호점은 아름다운가정만들기가 책임지고 있다.

5호점까지는 STX그룹의 사업장이 있는 곳에 도서관이 위치한다. 도서관사업을 다문화 지원사업이자 지역공헌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각 지역 사업장의 임직원들이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로 다문화 도서관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도서관 건립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이 많음에도 기업들의 후원이 드문 강원도와 전라도를 우선 시행 지역으로 고려하고 있다.

STX그룹은 다문화도서관이 여러 곳에 생긴 만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관장 등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푸른시민연대 대표이기도 한 문종석 1호점 관장은 "도서관 사업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며 "STX와 같은 사회공헌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에 대해 "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을 할 때 대개 눈에 보이는 것만을 찾고 단기적인 성과만 보고 있지만 STX의 도서관 사업은 결과를 예측하고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며 "STX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다문화란 하나의 테마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인권 STX 대외협력실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가고 이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될 것인데 이들과 더불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다문화를 공유할 수 있고 2세대에 전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문화 도서관을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 사회에 동화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같이 어울리는 존재"라며 "다문화 도서관은 여러 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이들과 한국사회가 공존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문화도서관에서 다문화 가정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외국 동화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