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도 ‘다문화’ 바람

 

ㆍ순수 외국인 연예인들 ‘인기몰이’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모습이 연예계에서도 드러나는 것일까.

최근 한국인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 외국인 연예인의 활동이 돋보이고 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출연하기 시작한 닉쿤과 빅토리아가 대표적인 예. 아이돌그룹 2PM의 멤버인 닉쿤은 태국인 아버지와 중국계 미국인인 어머니를 둔 외국인이며, 걸그룹 f(x)의 멤버인 빅토리아는 중국인이다. 단일민족 신화가 유독 강한 한국에서 그동안 외국인 연예인은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쳤지만 이들은 ‘국제결혼’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프로그램의 중심 커플로 시작부터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 후, 전주 대비 시청률과 다시보기 매출이 상승했다.

이 중심에는 닉쿤이 있다. 2PM 안에서도 옥택연과 함께 인기가 높은 그는 다수의 CF, 방송 등에 출연하며 전체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인을 낮춰보는 편견이 아직 존재하는 한국 상황에서 닉쿤은 귀공자 같은 외모 등으로 태국에 대한 이미지를 오히려 높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결>의 정윤정 PD는 “닉쿤 출연 후 40대 여성층이 새로운 시청층으로 진입했다”며 “닉쿤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폭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열려 있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데다, 여동생을 끔찍이 챙기는 닉쿤의 모습 등이 한국인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한국사람이 보기에도 이질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황찬빈(본명 피에르 데포르트)도 프랑스인이다. 그는 아버지가 한국인인 어머니와 재혼하면서 한국에서 한동안 살기도 하는 등 한국문화에 친숙한 편이다. 한국에서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제시카 고메즈는 호주인으로 중국계 싱가포르인 어머니와 포르투갈인 아버지를 두고 있다. 2006년 시작된 후 시즌을 거듭하며 장기방송되고 있는 KBS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외국인들 중에서도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인과 같은 활동을 하는 사례들이 생겼다.

과거에 외국인 연예인들은 한국과 여러가지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외국인은 아니었다. 1994년 KBS 드라마 <딸부잣집>에 외국인 사위로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던 현 한국관광공사 사장 이참은 독일 출신이지만 드라마 출연 이전에 이미 한국에 귀화한 상태였다. 방송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도 각각 미국, 프랑스 태생이지만 모두 한국에 귀화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한국인인 셈이다. 또 매력적인 외모 등으로 큰 인기를 끈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는 한국인 혈통이 섞인 혼혈이라는 점에서 외국인보다는 한국인에 가까운 친숙함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일대에서 이는 한류바람을 타고 아이돌그룹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영입한 외국인 연예인의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2PM의 닉쿤, f(x)의 빅토리아와 엠버(중국계 미국인), 슈퍼주니어의 한경(중국) 등이 그렇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외국인 연예인을 받아들이는 폭도 넓어졌다”며 “한국어에 능통하거나 한국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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