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국제결혼 원인은 돈, 해법은 비영리 결혼중개인데…

 

30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명락사 내 명락빌리지에서 만난 한 중국 출신 이주 결혼 여성(32)이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6)을 안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이 여성은 한국어가 서투르고 한국 문화에 적응을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이혼 요구를 당했다. ＜사진 제공＝명락빌리지＞

 

베트남인 A씨는 2008년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한국인 B씨(48)를 만났다. 당시 나이는 21세. 평소 TV드라마를 보며 한국을 동경해왔던 A씨는 한국에 가면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을 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혼이라던 남편은 3번째 결혼이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아이도 4명이나 됐다. 방 2칸짜리 다가구 연립주택에서 시작된 신혼살림. 경제적 어려움은 견딜 만했지만 남편의 폭력이 시작되며 결혼생활은 파탄이 나버렸다. 집 밖에도 나갈 수 없었고 폭력도 지속됐다.

B씨와의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았지만 그는 A씨와 아들에게 먹을 것도 주지 않고 감금했다. 밖에 나오지 않는 새댁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A씨를 구조했다. 병원에 간 아들은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였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6월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결혼이민자는 모두 13만7000명. 2003년 4만4000명에서 7년도 안 돼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만큼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베트남 여성 살해사건이 단적인 예다.

29일 서울 관악구 청룡동 명락사에 위치한 명락빌리지. 2층짜리 건물과 방 14개를 갖춘 이곳은 이혼으로 갑자기 거처를 잃은 결혼이민 여성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들은 국내 결혼이민 여성의 삶은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갈등의 원인과 시작은 `돈`이었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자 하는 국내 남성들은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대부분 저개발국가 출신인 여성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채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부부가 많은 것이다.

결혼중개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는 갈등을 증폭시킨다. 남편들은 1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였단 생각에 친정 생각이 가득한 외국인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김성회 한국다문화 센터 사무총장은 "여성들 상당수가 본국에서 수백만 원의 중개수수료를 내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어려운 형편의 부모님이 지불하신 돈을 생각하면 이들도 돈을 벌어 고국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돈이 연계된 결혼이니 애정이 깨지는 경우는 다반사다. 캄보디아에서 온 C씨(27)는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됐지만 요즘 남편의 의심이 커졌다. C씨가 한국어를 배우고 일할 기술까지 배우면 도망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남편은 결혼 직후부터 아내 임신에 집착했고 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나오면 바로 집으로 데려왔다.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못하게 했다.

베트남 여성 살해사건처럼 정신병력이 있는 남편과 결혼을 시키는 등 검증이 안 된 사람과의 결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국제결혼업체는 모두 1250여 개. 수수료 챙기기에만 급급한 영세업체가 난립해 있다. 인성이나 병력 등의 문제는 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다.

현지 브로커 사정은 더 심각하다. 동남아 지역은 결혼중개업 자체가 허가가 안 되기 때문에 개인 브로커에 의해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7년차 결혼이민자 D씨는 "시집 올 때 현지 중개업체에선 한국 영사관에서 무슨 질문을 해도 무조건 `예`만 하라고 교육 시킨다. 비싼 돈까지 지불했는데 혹시 거절될 수 있다며 은근히 겁을 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월부터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양쪽 결혼 당사자들에게 혼인 경력, 건강 상태, 직업, 범죄 경력 등 신상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현재의 영리 목적 결혼 브로커가 존재하는 한 실효성이 작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비영리 단체를 통한 결혼 중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사무총장은 "대만도 과거 한국과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다 결국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에만 국제결혼 중개를 허용하도록 했다"며 "한국에서도 고려해봄 직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주 여성에 대한 보살핌도 중요한 부분이다. 명락빌리지를 운영하는 무원 스님은 "다문화 여성이 돈만 생각하고 결혼할 것이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국가에서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여성 결혼 문제가 불거지면 국제사회 위상도 저하될 수 있다"며 "출입국 규제가 아닌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화 기자 / 정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