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업 특성 살려 다문화 아동에 무료 국어교육

2008년부터 지금까지 4억여원 지원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다원아, 이제 집에 가야지..." "선생님, 딱 1권만 더 읽고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눈높이러닝센터'에서는 모녀 간에 한참 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어 공부를 마친 정다원(7) 양이 집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동화를 읽으며 독서 삼매경에 빠졌기 때문이다.

다원이는 엄마가 중국인인 다문화 가정 아동으로 ㈜대교(대표이사 박명규)에서 지난 2008년부터 무료로 국어교육을 받고 있다.

담당 전지현(39) 교사는 "다원이가 기역 니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학습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또래 누구보다도 한글을 잘 읽는다"며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라도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교는 2008년 11월부터 다문화 가정 무료 학습지원을 시작해 매년 전국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550명을 선정해 국어를 가르치고 1 대 1 멘토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유료 회원과 똑같이 일주일에 한 번씩 대교의 '눈높이 교사'들이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아동을 지도한다. 1인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은 3만3천원. 대교가 지난달까지 지원한 액수는 모두 4억원이 넘는다.

외국인 밀집지역인 안산본오교육국에서는 50여 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친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만큼 아이들이 러닝센터를 직접 방문해 학습을 받는다.

눈높이러닝센터에 다니는 이남재(10) 군은 동생 미영(8) 양과 함께 와 벌써 3년째 무료학습을 받고 있다.

이군의 필리핀 출신 어머니인 발루미 알랄레인(37)씨는 "아이가 학습 전에는 또래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았지만 8살 때부터 꾸준히 국어를 배운 결과 요즘에는 종종 국어에서 100점을 맞아오기도 한다"며 활짝 웃었다.


<대교 눈높이교육센터에서 국어 교육을 받는 다문화 가정 아동들>

대교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두드러진 것은 교육기업이라는 대교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

특히 사내 봉사단체인 눈높이사랑봉사단은 지난 2000년부터 자폐아동과 조손가정, 보육원 아동들에게 무료 학습 지원을 꾸준히 이어왔다.

대교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 다문화 사회로 급속히 바뀌는 것을 보고 교육기업의 특성을 살려 사회공헌에 나서자고 판단했다"면서 "교육 기업으로 장기적 추세를 봐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대교는 무료 학습 지원 노하우를 살려 최근에는 공공기관과 함께 다양한 사회사업도 개발, 참여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업 후원'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아동의 언어발달과 학습부진을 예방하기 위한 '전국다문화지원센터 후원' 등을 통해 교육과 사회 서비스를 접목한다.

대교의 다문화 가정 무료학습지원은 평가가 좋게 나오자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도내 300명의 다문화 가정 미취학 어린이에게 한글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학습 지원과 함께 필요한 것이 바로 아이들의 독서라고 판단해 작년 6월부터는 전국 119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모두 5만7천 권의 도서를 기증했다.

대교의 박명규 대표이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대교의 정신으로 일종의 '재능 기부'인 셈"이라면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회성 이벤트나 지원이 아닌, 꾸준한 '교육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밝게 자라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다문화 가정 자녀가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도 훌륭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대교 눈높이러닝센터에서 교사와 다문화 가정 아동이 포즈를 취했다.>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