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오스트레일리아` 정책 폐기 이민자 유입 따른 임금하락에 노조 반발

기사입력 2011.05.13 17:09:41 | 최종수정 2011.05.13 17:25:10

 

호주가 인구 증가를 통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이른바 `빅 오스트레일리아(Big Australia)`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토니 버크 지속가능인구부 장관은 13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호주,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선포식에서 "인구 증가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며 기존 이민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 자리에서 " `빅 오스트레일리아` 정책이 경제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환경과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것도 경제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빅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민자를 적극 수용해 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호주의 만성적 숙련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해 호주상공회의소(ACCI)는 "숙련 기술자가 제대로 유입되지 않으면 임금 인상, 물가 상승 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이민자 유입을 확대해 경제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이민정책은 임금 하락을 유도해 집권 노동당 지지 기반인 노조 반발을 샀다. 실제로 모나시대가 2009년 말 전국 성인 남녀 3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인 72%가 `빅 오스트레일리아`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러드 전 총리는 4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사임했다.

이어 등장한 노동당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이민부를 지속가능인구부로 바꾸며 이민정책을 손질했다. 길라드 총리는 취임 당시 "호주는 인구를 늘리는 데 무조건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사회간접자본이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인구 유입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길라드 총리가 집권한 뒤 7월부터 9월까지 호주 이민자는 4만2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7만2300명) 41.2%나 급락했다.

한편 버크 장관은 이날 숙련 기술자 유입은 지속적으로 장려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광산 지역에서는 숙련 기술자 수요가 큰 만큼 외국인 기술자 유입을 위해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기술자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주택 등 관련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