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경기도 포천 중소 침대회사 가보니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착취를 받는다는 말은 옛날 얘기예요. 오히려 성수기에 월급이 적다고 회사를 옮길까봐 걱정입니다."

지난달 29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선단동 A사 유 모 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사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사는 연매출 5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중소 침대회사다. 사무직을 제외한 공장근무 직원은 약 20명으로 이 중 절반인 10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베트남 노래가 공장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장 내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눈에 많이 보이다 보니 마치 한국이 아닌 베트남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유 팀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교육생으로 입국하다 보면 언어문제로 고생하기 때문에 자국인들이 많은 공장을 선호하게 된다"며 "우리 공장은 베트남인들이 모여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공장 내 제조과정을 살펴보니 주요 공정의 책임은 국내 직원들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도 종종 스프링 제조와 같은 주요 공정에도 참여하는 게 눈에 띄었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들이 물건의 적체나 운반 등 단순노동에 주력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유 팀장은 "젊은 (한국)사람들이 힘든 일을 피하는 탓에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중 젊은 사람이 없어 업무 효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주요 공정을 종종 맡기고 있다"며 "점점 외국인 노동자의 역할이나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외국인들이 주요 공정에 참여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유 팀장은 설명했다. 갑자기 공장을 그만둬버리기라도 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 또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업중단 등 단체행동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는 게 유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업종별 특성은 무시하고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회사 간 임금을 비교하고 있다"며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성수기에 조업을 중단하고 월급을 올려달라고 떼를 쓰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할 경우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어, 조업을 지속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월급을 올려주는 수밖에 없다"며 "한국인 노동자들이 매년 일정 시기에 월급을 인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인들이 오히려 역차별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A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여 수준은 한국인과 비교했을 때 약 80% 수준이다. 그러나 숙소제공과 식대 등 복리후생을 합치면 한국인 노동자들과 차이가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 공장 옆에는 컨테이너 형태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가 마련돼 있었다. 숙소 내부에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 옷장, 식기 등이 잘 정돈돼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얘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유 팀장은 "포천지역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해 있어 근무환경이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고 소문이 나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잡을 수 없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는 옛날 얘기일 뿐 요즘 같은 때 그런 회사가 있다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외국인 노동자의 복지가 강조되다 보니 오히려 경영현장에서 느끼는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는 반영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 젊은이들의 3D기피 현상이 계속되는 한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팀장은 "감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호 정책만을 펼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안정적 공장가동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이유범기자

■사진설명=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부담금제 도입 방안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기도 포천시 한 침대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