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문화센터

충청권에 거주하는 결혼 이주여성의 절반 가량이 우울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주 지역별 우울점수는 농어촌 지역 여성(28.703점)이 중소도시(24.784점)와 대도시(20.654점) 거주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시부모와 함께 사는 여성(26.799점)이 그렇지 않은 여성(22.964점)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높았다.

배재대의 조사결과는 이주여성의 사회부적응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울증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사회적인 배려가 그만큼 절실함을 일깨워 준다.

이주여성들의 사회적응장애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언어소통의 어려움에다 가정에서 육아ㆍ교육문제로부터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는 물론 사회생활 과정에서 갖가지 문화차이로 인한 소외감까지 겹쳐 우울증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화ㆍ파편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건 우리 공동체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기에 충분하다.

여성가족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상담사례를 보면 그 실상을 생생하게 감지할 수 있다.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지난해 9617건으로 4년 전(2007년 1793건)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주여성들이 배우자로부터 맞고 사는 현실, 그건 일개 가정의 일탈적인 행위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왜곡된 결혼관이 지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보다 못사는 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정에서부터 핍박당하는 수가 허다하다.

이들이 가정에서 버림 받게 될 경우 상처 난 마음을 어디서 치유할 수 있을 건가. 이주여성에 대한 위기대응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1577-1366)가 운영되고는 있으나 보다 체계적으로 조기발견ㆍ상담치료 등의 맞춤식 지원방식으로 보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의지를 부축할 수 있는 선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상책이다.

우리는 이미 다문화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이 150만 명을 육박한다.

결혼이주 여성 규모만 해도 12만 5000명을 넘어섰다.

농어업 종사 남성의 38%가 이주여성과 결혼했다.

덕분에 고령화시대를 맞아 농어촌 출생률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자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는 이유다.

사회문화적 분위기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주여성은 결코 이방인이 아니다.